서양화가 박은숙…생명의 근원 그 빛의 영성[Park Eun Sook,박은숙 작가,박은숙 미술가,여류중견화가 박은숙]

 

Origin-Pray, 160×80㎝ Mixed media on canvas, 2019. 사진제공=박은숙.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태양 시계 위에 던져 주시고, 들판에 바람을 풀어 놓아 주소서.(…) 1)” 

피아니스트 메나헴 프레슬러 연주, 드뷔시 곡 ‘꿈(Rêverie L.68)’ 선율이 연한 물안개 걷히는 가을 강가, 목 긴 청초한 꽃무리 사이에 고요히 흐른다. “노란색, 오렌지색, 붉은색은 환희와 풍요의 관념을 일깨우고 표상 2)”하듯, 위로의 시간으로 인도한다. 

하나님 사랑을 받아 기쁨이 충만한 꽃들과 선율은 공명하며 순결한 영혼의 감화를 불러일으킨다. “하나님에게 선물을 받고 드리고 싶은 꽃다발 같은 느낌으로 그렸다. 받은 선물을 나누어 주고 싶은 마음도 함께했다. 3)”

 

Origin-Gift, 53×45.5㎝ Mixed media on canvas, 2026. 사진제공=박은숙.


◇모여서 기도하는 유기적 조화

화면은 하늘의 충만한 기운을 받은 생명들이 살아가는 조화로운 모습을 드러낸다. 원, 선, 면 등 단순화된 기하학적 요체 너머 깨달음을 내재화시키는 추상(抽象)을 보여준다. 

커다란 형상이 작은 것을 보호하며 자애롭게 인도하고 하나하나의 존재들이 모여 기쁨을 향해 우애롭게 어우러지는 움직임은 생명의 근원, 사랑의 화음, 겸허한 기도와 동행한다. 

“일반적으로 뭔가가 최초로 탄생할 때 그것은 자신의 독창적인 무엇인가를 자신의 요소들에게 나누어 준다. 4)” 이를테면 “하나의 원은 언제나 어떤 것 5)”인 세계처럼….

 

Origin Harmony, 112.0×145.5㎝ Mixed media on canvas, 2016. 사진제공=박은숙.


그리하여 “하늘을 향해 모여서 기도하는 모습, 하나님에게 전달되고 쓰임을 받고 빛나는 느낌 6)”으로써, 저 먼먼 곳 신비스럽게 들려오는 소리에 빼곡히 기도문을 적게 하는 명상적이며 거룩한 차원으로 격상시킨다. 

이러한 박은숙 작가의 미학적 승화는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교류하는 코이노니아(Koinonia), 성경적 관계의 유기적 소통이라는 순환성으로 대단히 극적(劇的)인 울림이 드리운 회화로 현현(顯現) 한다.

 

Origin-Rejoice, 77×33㎝ Mixed media on canvas, 2025. 사진제공=박은숙.


◇비가시적 세계 신비로운 반향

화면은 깊은 자연림 숲속 나뭇가지 위 푸른 하늘 흰 구름 사이의 한줄기 빛, 붉은 노을을 가로지르는 강렬한 빗살처럼 저 높은 산 너머 비가시적 세계의 어떤 신비로운 반향(反響)을 극대화한다. 

메를로퐁티가 성찰했던 존재론적 근간으로서 ‘살(chair)’, 즉 “존재의 ‘살아 있는 리듬’으로서 변주되며, 이 리듬 속에서 세계와 몸은 비로서 하나의 원질(élément)로 섞인다 7)”는 현상학은, 박은숙 작가가 “생명의 근원과 창조주의 빛을 통한 무한한 에너지를 나타내 그리는 8)” 지향성과 만난다. 

그리하여 영적 환희, 기도, 선물, 하모니의 시각적 기호로 치환해 낸 다감한 성령의 메아리가 들려오는 듯, 하나님 은혜를 찬양하는 고귀한 화폭을 선사하고 있는 것이다.

 

[참고문헌]

1)라이너 마리아 릴케 詩 가을날, 세계명시 100선, 장석주 엮음, 북오션.

2),5)예술에서의 정신적인 것에 대하여, 바실리 칸딘스키 지음, 권영필 옮김, 열화당.

3),6),8)박은숙(Park Eun Sook) 작가, 하나님과 나의 작품, 2026.

4)웃음, 창조적 진화, 도덕과 종교의 두 원천, 베르그송 지음, 이희영 옮김, 동서문화사.

7)메를로퐁티 현상학과 예술세계, 신인섭 편저, 그린비.

 

[글=권동철 미술전문기자·전문위원. 11월4일 2026. 인사이트코리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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