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가 김찬일‥파동의 부조 촉각의 자국[KIM CHAN IL,金燦一,김찬일 작가, 화가 김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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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e, 227×162㎝, Pigment on Canvas, 2022. 사진=김찬일.
“만일 어느 영원한 순례자가 어떤 방향으로건 도서관을 지나갔다면, 수세기 후에 그는 동일한 책들이 동일한 무질서―무질서가 반복되면 질서가 될 것이다. 진정한 ‘질서’가―속에서 반복되고 있음을 확인 할 것이다. 나의 고독함은 그런 우아한 희망으로 기뻐한다. 1)”
작가는 작업에 필요한 여러 재료를 만들어 쓴다. 마치 연금술이 경이로운 화학 반응을 발견해 내듯 작가로서는 다채로워지는 세계와 마주할 수 있다. 특히 부식과 산화라는 철분의 특성은 고유한 마티에르와 기후변화에 따른 변주 가능성을 머금은 채 화면에 시간의 궤적을 드러낸다.
이와 함께 바탕의 균열(Crack)은 작가가 몇 재료를 섞어 실험하다 우연히 발견한 자글자글한 촉각적 질감을 작품으로 끌여들어 새로운 생명성으로 치환(置換) 시킨 핵심 기호이기도 하다. “내가 작품을 50% 해 놓으면 습도 등 자연의 숨결이 나머지를 채운다. 이런 부분이 내 작업의 자연스러움이다. 2)”
이를 좀 더 깊게 들여다보면, 부식과 변색의 에이징 과정을 포함하는 감정에 스며드는 물질을 만드는 일련의 과정은 김찬일 회화가 유전과 생성(Flux and Becoming)에 관한 회화적 담론을 체현해 내고 있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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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e, 200×100㎝ Pigment on Canvas, 2021. 사진=김찬일. |
◇리듬의 공명 몸의 지각
김찬일 작가는 이미 1988년 바탕골갤러리에서 가진 첫 개인전에서 선과 점의 수직 수평, 대칭구조의 리듬성으로 출발하였고 주목받았다. “리듬은 그것을 청각적 층리에 투여하면 음악처럼, 시각적 층리에 투여하면 회화처럼 나타난다.(…)따라서 궁극적인 것은 바로 리듬과 감각 사이의 관계이고, 그 관계에 따라 각각의 속에는 그 감각이 통과하는 층리들과 영역들이 만들어 진다. 이 리듬이 어떤 음악을 주파하듯이 어떤 그림을 주파 3)” 하고 공명한다.
이 연장선에서 화면의 부조(Relief)는 수축과 이완, 응축과 확산의 관계성이 직접적으로 와닿는 깊이감으로써 감각의 지지체를 이룬다. 그럼으로써 부조는 평면에서 입체로 동시에 평면이 촉각적으로 전환되는 지점으로 귀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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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e, 300×417㎝ Acrylic & Pigment on Canvas, 2014. 사진=김찬일. |
“내가 평면에서 부조의 입체성을 부여하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것 같다. 점과 선이 반복되는 작은 부조는 내면의 파동과 미세한 에너지를 만들고 시각과 촉각적 체험을 하게 한다. 나의 작품이 고정된 이미지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파동(波動)과 에너지를 통한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작품이 되었으면 한다. 4)”
나아가 화면은 어떤 기운이 흐르는 장(Field)이 됨으로써 파동은 내재된 힘으로 해석되는 경험성으로 이끈다. 이를테면 빛과 그림자의 부조적 변화가 가시화되고 철분은 미묘한 아우라를 자아낸다. 이로써 고요와 역동의 시각적 중량감 그리고 작품 앞에서 멈추게 하는 인력(引力)이 관객을 오롯이 몸으로 지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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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e, 100×100㎝(detail) Pigment on Canvas, 2024. 사진=김찬일. |
“관객으로서 나, 나는 그림 안에 들어감으로써만 감각을 느낀다. 그럼으로써 느끼는 자와 느껴지는 자의 통일성에 접근 5)”토록 유도하는 매개체이다. 그리하여 김찬일 작가는 작품과 관람자가 공감각성(Synesthesia)이라는 직접적 관계성으로 조응하도록 참신한 조형예술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것이다.
“반복을 통해 개념은 자기 자신의 바깥에 놓이고, 또 가능한 지금 여기의 많은 본보기들 안에서 실존 6)” 하게 하는 것이다.
[참고문헌]
1)픽션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바벨의 도서관 中, 송병선 옮김, 민음사.
2),4)화가 김찬일, Line-변화와 생성의 관계성, 2026.
3),5)감각의 논리, 질 들뢰즈 지음, 하태환 옮김, 민음사.
6)차이와 반복, 질 들뢰즈, 김상환 옮김, 민음사.
[글=권동철 미술전문기자·전문위원.10월6일 2026. 인사이트코리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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