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가 안미자‥적묵빛, 마음과 정신의 기록[Ahn Mi Ja,서양화가 안미자,안미자 작가]

 

SeongSeong-JeokJeok(성성·적적,惺惺·寂寂), 92×182×9.5, Ink on Cotton, 2020. 사진제공=안미자.

()은 나의 주체에 속하는 것이요, ()은 화면이라는 객체에 속하는 것이다. ()은 유위(有爲)라면 먹()은 무위(無爲)의 세계다.()따라서 은 그 자체가 하나의 대자연의 압축태며 그것은 시간과 공간의 조작을 불허하는 스스로 그러함(自然)’이다.1) 

고봉준령의 깍아지른 듯 한 절벽, 유장한 강물의 역사, 뭉실뭉실한 구름들이 소낙비로 쏟아진 후 해맑은 텅빈 하늘. 우주만물이 생성과 소멸로 순환하는, 풍화(風化)의 덩어리같은 저 () 면 천에 스며든 먹물의 은회색(銀灰色)은 얼마나 아름다운가!2)”

SeongSeong-JeokJeok, 74×104×9.5, Ink on Cotton, 2008. 사진제공=안미자.

먹빛의 시간성 마음과 지혜의 동시성

화면엔 한자어가 스미어 있다. “예서(隷書)는 바로 서법의 조가(祖家)이다.3)”라고 추사 김정희가 극찬했던 한비(漢碑)에 드러나는 평평한 고졸미의 고예(古隷), 주대(周代)의 아리따운 조형성의 전서(篆書) 등이다. 

안미자 작가는 그런 문자를 지녔던 사람들이 인식했던 자연의 생명력, 우주적 질서가 함축된 기호의 상징성과 교감하려 한다. 그러한 원초성을 품은 소박한 원형은 작가의 미학담론을 촉발시키는 중요한 소재이다. 또한 표현행위의 근거를 구명(究明)해 나아감과 동시에 고요히 성찰로 이끈다.4)”

 

SeongSeong-JeokJeok, 83×70.2×9.5, Ink on Cotton, 2019. 사진제공=안미자.


먹 작업은 하루 한 번만 올릴 수 있고 하루가 지나야만 먹색을 볼 수 있다. 수분이 날라가고 먹 입자만이 천 위에 남은 상태, 그때의 먹빛을 추구한다. “무수히 많은 붓질과 시간이 녹아들 때 먹 색은 점점 깊어진다. 그런 농도에서 이뤄진 적묵(積墨)에 작업의 마침을 맡긴다.5)” 

이는 곧 작가가 먹의 적층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실존의 뿌리 즉 영혼의 수행(修行) 층위로 배어나오는 맑은 먹빛의 시간성을 찾아가는 여정과 다름 아니다. 하여 이런 작업방법론은 마음과 지혜의 연기(緣起) 그 동시성(Synchronicity)의 심연을 비추는 정혜일체(定慧一體)의 울림을 떠 올리게 한다. 

선지식아! 나의 이 법문은 정과 혜로써 근본을 삼는다. 반드시 미혹하여 정과 혜가 다르다고 하지 말라. 정과 혜는 몸이 하나여서 둘이 아니다. 곧 정은 이 혜의 몸이요, 혜는 곧 정의 작용이니, 곧 혜가 작용할 때는 정이 혜에 있고, 또 정이 되어 있을 때에는 혜가 정에 있느니라.()善知識 我此法門 以定惠爲本 第一勿迷言惠定別 定惠體一不二 卽定是惠體 卽惠是定用 卽惠之時定在惠 卽定之時惠在定.6)”

 

SeongSeong-JeokJeok, 180×97×9.5, Ink on Cotton, 2024. 사진제공=안미자.

스스로 일으키는 스밈과 사의(寫意)

화면은 생(), () 등의 문자에서 생성된 먹의 형상이다. 스밈과 번짐은 작가가 물성의 속성을 존중하고 이용하며 그 길을 붓질로 내어줌으로써 먹 스스로가 이룬 형상이다. 이 지점이 안미자 작업세계의 현대성(Contemporaneity)이다. 본디 풍경이 아닌 언어를 모티브로 시작하였기에 해석의 다양한 사의성(寫意性)을 열어놓고 있는 것이다. 

본래 회화와 한자 모두는 현실세계의 형태로부터 출발한 것이다.()안미자 작가는 회화와 미분화된 상태였던 한자가 가지고 있던 가능성, 의미와 공간이라는 두 가지 세계를 동시에 표현하는 힘에 주목한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상형문자인 한자의 깊은 곳까지 천착하면서 공간을 표현하는 회화의 가능성을 시도하고 있다.7)”

 

[참고문헌]

1)석도화론(石濤畫論), 도올 김용옥(金容沃) 지음, 통나무.

2)기타자와 노리아키(北澤 憲昭,Noriaki Kitazawa)미술평론가, 문자초상-안미자에게 보내는 오마주, 2008.

3)완당전집 제7권 잡저(雜著), 우아에게 써서 보이다(書示佑兒), 한국고전번역원 신호열 , 1988.

4),5),6).서양화가 안미자, 나의 먹 작업과 물아일체, 2025~2026.

7)육조단경(六祖壇經)-고우스님 강설, 조계종출판사.

8)치바 시게오(Chiba Shigeo,千葉 成夫)미술평론가, 안미자의 회화-공간의 의미, 2018.

 

[=권동철 미술전문기자·전문위원. 742026. 인사이트코리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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