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가 임종두‥다시 피어나는 찬란의 순간[임종두 작가,Lim Jong Doo,임종두 화백]

 

달리달리, 160×80장지에 석채 금 은박, 2025.

가볍게 펄펄 새가 날아와 우리 뜰 매화나무 가지에 앉아 쉬네. 매화꽃 향내 짙게 풍기자 꽃향기 사모하여 날아왔네. 翩翩飛鳥 息我庭梅. 有烈其芳 惠然其來.1) 

임종두 작가 회화세계는 본질적으로 사랑이야기다. 사랑이 왜 사람을 존귀하게 일으키고 인간과 우주가 일체(一切)되는지 드러내 보인다. “사랑을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그 이야기를 이야기하고2)”있는 화면은, 간결하지만 진한 응축의 아우라를 자아낸다. 

꽃과 구름이 화면을 수놓고 여인의 팔과 황금색 머릿결에 내려앉은 새의 동행은 판타스틱 한 동경심을 불러 일으킨다. 찾아헤멨던 생의 요람(搖籃)을 만난 듯 엄숙하게 뻗은 손, 경외의 눈동자엔 광막하고 부드러운 위안이, 별이 무지개 빛 감돌게 하는 천공으로부터 내려오는 듯……이루 말할 수 없는 순간3)”이 밀월(蜜月)의 시간을 제공한다.

 

이상(理想), 90.9×72.7장지에 석채 금 은박, 2026.


그림의 주조색은 갓난아기의 빛깔, 적자지심(赤子之心) 기운같은 붉은색이다. 은근하면서 붉은 빛 감도는 이 채색의 진 맛은 수십 번을 중첩(重疊)하여 우려낸 후에라야 대면할 수 있다. 바로 임종두 화백의 독자적 색감이다. 루비(ruby) 색상처럼 짙고 깊은 감미로운 석류즙컬러의 바탕은 열정과 염원의 꿈을 광대하게 열어주는 근원이다. 

광막한 평원을 힘껏 박차고 튀어오르는, 전력(專力)으로 질주하는 여인을 통해 인간의 마음과 사랑의 존귀함이 우주삼라만상과 깊게 연결되어 있다는 해석의 여지를 알린다

사람은 사랑 때문에 살아가고, 사랑할 때 인간은 가장 완전한 모습에 가까워지는 듯하다. 어쩌면 인간은 잠시 인간의 형상으로 나타난 우주일지도 모른다. 나의 그림이, 내면에 만물을 끌어안고 영혼으로 울려 퍼지는 원융무애(圓融無礙)의 교향곡 같기를 소망하는 이유다.4)”

 

대자유, 65.1×53장지에 석채 금 은박, 2025.


공정함, 천인합일의 이치

천지는 장구하게 존재한다. 천지가 그렇게 장구하게 존재할 수 있는 까닭은 그것의 모든 운행과 존재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장구 할 수 있다 天長地久. 天地所以能長且久者, 故能長生.5)” 

사랑의 도()와 우주원리 이 둘의 궁극합치점은 곧 헌신과 관용의 배려가 저변에 흐르는 공정함으로 인도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순수영혼의 여인을 실은 돛배가 이상향을 향하듯, “(...)사랑하는 자는 타자를 통해 자기자신을 되찾는다. 사랑하는 두 사람은 각각 자기 자신에게서 걸어나와 상대방에게로 건너간다. 그들은 각자 자기 안에서 사멸하지만 타자 속에서 다시 소생한다.6)”

 

대자유, 116×91장지에 석채, 2024.


그것이 누군가에겐 생의 전부, “그리고 나머지 것들도!--아늑한 공허, 커다란 포기, 우리 내부에서 무한한 평화를 풍기는 어떤 이, 감미로운 신선함으로 찬 천진스러움……7)”을 공유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천인합일(天人合一)의 오롯한 시간을 제공하는 순결의 우주와 추()의 카타르시스 그 붉은 황토색 광야(廣野) 혹은 심연의 바다 속으로.

 

[참고문헌]

1)다산 정약용 평전, 매조도-치마폭에 그리다 , 김상웅 지음, 두레.

2)향연, 플라톤 지음, 강철웅 옮김, 아카넷.

3),7)잊혀진 아리에타, 베를렌느(Paul Verlaine)지음, 하얀 달 , 안민재 , 태학당.

4)임종두 작가, 나의 회화에 대한 단편, 2026.

5)도덕경, 노자 지음, 소준섭 옮김, 현대지성.

6)에로스의 종말(Agonie Des Eros), 한병철(Byung-Chul Han)지음, 김태환 옮김, 문학과 지성사./마르실리오 피치노(Marsilio Ficino), Uber die Liebe oder Platons Gastmabl.

 

[=권동철 미술전문기자·전문위원. 442026. 인사이트코리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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