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서경자‥파란을 껴안은 고요 아 바다여![서경자 작가, Suh Kyoung Ja, 서경자 미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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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휴식(Meditation-rest), 90.9×72.7㎝ Acrylic on canvas, 2025. |
“바라만 봐도 쓰러질 듯 생각만 해도 안겨올 듯 오늘은 나도 와락 너를 향해 쓰러지는 조그만 바다가 되어볼까 그런다.1)”
모래언덕은 그곳의 파도를 닮아있었다. 해안선에 밀려든 물의 흔적들이 꽃잎처럼 허공으로 떠올랐다. 어디선가 ‘사막 꽃은 바다의 선물’이라는 가느다란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불확실한 기억이지만 불현 듯, 파도는 ‘내 명상의 근원’이라던 엄숙미의 장면(scene)이 오버랩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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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휴식(Meditation-rest), 90.9×72.7㎝ Acrylic on canvas, 2025. |
사막의 열기와 출렁이는 투명한 물결이 극적대비를 이루는 그 지점, 이글거리던 기운이 일순 물방울로 변환되어 신기루 같은 환영(幻影)의 회오리로 어디론가 사라져 갔다. 팔레트엔 미묘하게 번져가는 신비감의 청보라, 회색빛 감도는 스카이블루가 무질서하게 엉겨있었다.
그 너머 산봉우리에 꽂혀 있는 듯 짙은 오렌지컬러의 황혼이 커다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 정경을 목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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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휴식(Meditation-rest), 90.9×72.7㎝ Acrylic on canvas, 2025. |
조금 유머러스하고도 온화한 미담을 풍기는 선율이 그림의 풍경에 부드럽게 퍼진다. 지휘자 오자와 세이지, 보스턴 교향악단 그리고 첼리스트 요요 마, 바이올리니스트 이츠하크 펄먼이 협연한 드보르자크 곡 ‘8개의 유모레스크(Op.101, B.187-No.7)’이 해안으로 밀려드는 물의 수다에 섞여 방긋하게 웃어보였다.
배려와 관용의 그 고아한 리듬은 테라스에 놓인 장밋빛 책갈피를 가볍게 흔들며 한 페이지를 열었다. “참된 당신은 수많은 폭풍이 지나간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당신 자신은 폭풍의 영원한 눈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깊고 고요함이라는 것을 아세요. 위기는 재앙이 아니라, 예기치 않은 탄생입니다. 이것은 당신의 끊임없는 초대입니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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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휴식(Meditation-rest), 90.9×72.7㎝ Acrylic on canvas, 2025. |
◇바다와 휴식 명상의 에너지
돛단배, 풋풋한 바람에 순수사랑의 로망을 싣고서 한낮 꿈처럼 달콤하게 떠 있네. 만남과 헤어짐의 기록으로 가득했던 오늘의 이야기들이 무심이 해거름 바다에 섞여든다. 질풍노도의 시간들이 피아니스트 앙드레 가뇽 ‘바다 위의 피아노(Un piano sur la mer)’멜로디에 물감처럼 번져간다.
그렇게 선물처럼 평온의 나날이 ‘내’곁에 와 있다는 것을 어렴풋 느끼고 있는 저녁이었다. “고독과 몽상은 오롯이 나 자신일 수 있고 나 자신의 것일 수 있는 유일한 시간3)” 그 속으로….
[참고문헌]
1)눈 위에 쓴다-사랑한다, 나태주 시집 중 ‘너의 바다’, 시공사.
2)당신-존재의 바다에게, 제프 포스터 지음, 김윤 옮김, 침묵의 향기.
3)고독한 산책자의 몽상, 장 자크 루소 지음, 고봉만 옮김, 북커스.
[글=권동철, 6월7일 2025. 인사이트코리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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