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IN]서양화가 송광익‥농익은 소통의 축적 저 몸의 역사[통인화랑,Song Kwang Ik,송광익 화백,송광익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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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서 포즈를 취한 송광익 화백. 사진=권동철.
“흰빛과 쪽빛은 한국인의 꿈이며 또 지체이기도 하다.1)”
조명아래, 한지부조가 빛을 품고 여과하여 아련하게 퍼져나가는 그윽하고 정다운 느낌의 컬러가 압권이었다. 천천히 작품을 감상하다, 초승달빛 같은 푸르스름하고도 야릇한 번짐의 양감이 품에 안기듯 훅 밀려들었다. 한지의 자연스러운 흐름(flow)에 실린 곡선의 둥근 패턴, 선, 점을 보탠 작품들은 고요하면서도 어떤 중후함의 에너지로 시선을 끌었다.
한지가 구성한 컨템포러리(contemporary)한 입체감은 빛의 굴절, 반투명성, 부딪힘과 흔들림, 사이의 공간을 투과하는 천진난만한 유희(遊戲)적 미의식을 선사했다.
송광익 작가는 한반도에 터를 잡은 한국인의 태생적 신명의 성깔을 내재한, 담박하면서도 끈끈한 저력의 풍토성을 빼닮은 가장 한국적 정신성을 표출하는 한지미술가로 주목받고 있다. 그의 ‘지물(紙物) Paper things’초대개인전이 6월4일 오픈, 25일까지 서울종로구 인사동길, 통인화랑(Tong-In Gallery) 3층, 5층 전시실에서 미술애호가들의 호평 속 성황리 전시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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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전경. 사진=권동철. |
◇쪽빛여운 한지부조회화의 멋
구름 한 점 없는 드높은 허공에 애절한 그리움의 자국이 박혀있다. 송 화백은 “이번 전시작품을 제작하면서 특히 조선후기 청화백자(靑華白磁)에서 감화된 맑고 흰 속살과 세월의 흐름이 깊게 스며든 농익은 색깔을 작업 내내 생각했다.”라고 토로했다.
“흰 한지를 적셔내서 색간지와 시전(詩箋)을 만들던 이조인들의 안목2)”처럼 송광익 한지운용은 청아한 청화문양들이 ‘지물’연작에 스미어 든 듯, 흰색 한지와 코발트블루가 엮어내는 독창적 작품세계를 성취해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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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서 포즈를 취한 송광익 화백. 사진=권동철. |
한지의 다채로운 입체조각들은 촘촘하고도 견고하게 사방으로 흐르는 ‘지물’의 기(氣) 파동을 리드미컬하게 확산시키는 운치를 드러낸다.
“같은 방구형(方矩形,사방모서리가 있는)평면의 건축이라도 일본·중국 것은 절반을 재보면 나머지는 재지 않아도 같다. 조선은 창살은 물론 불국사 평면건축과 그 석재들, 다보탑과 개성만월대의 궁전평면이 그렇다. ‘멋이란 것이 부려져’ 있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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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전경. 사진=권동철. |
◇몸, 다사롭고 힘찬 정신의 맥(脈)
문득 새벽하늘을 올려보다 보석처럼 까마득하게 박혀있는 오색영롱한 은하수 무리의 성대한 행렬과 조우한다. 문득 생의 깊은 비감(悲感)이 남빛물살로 가슴을 찡하게 건드리는, 먼 길의 여행자가 품은 해맑은 눈동자가 ‘내’앞을 지나간다.
마치 소립자가 전화(轉化)되는 것처럼, ‘지물’ 작품특유의 어떤 긴밀한 유기체운동성은 궁극으로 작업자의 촉각성과 교감한 무심(無心)의 수행적 산물로 태어난 것이다. 그 탈바꿈은 은연한 흐름 속에 겸허가 배어나오는 어떤 질서(秩序)로써 고매한 영혼으로 승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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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작품 디테일(detail). 사진=권동철. |
“바깥/안, 있음/없음(fort/da), 지도도 영토도 없이 그리는 그것의 지형도...4)”는 공간감과 긴장감을 생성하며 소통되는 열린 공간으로써 빛이 투과되는 호방하고 의연한 한지의 성품을 수렴해 내고 있는 것이다.
“기호작용을 하는 몸-그리고 철학적, 신학적, 정신분석학적, 기호학적 몸들을 아우르는 전체-은 단 한 가지 사실만을 육화한다. 몸을 탈 육화하는 하나의 정신의 존재(1’être d’un esprit)없이 몸이 될 수 없다는 절대적 모순이 그것이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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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서 포즈를 취한 송광익 화백. 사진=권동철. |
◇중첩의 깊이에 스민 순수노동
송광익(宋光翼, Song Kwang Ik, 1950~)작가는 대구출신화가로 계성고(54회), 계명대학교 미술대학 미술학과 및 동 교육대학원 석사, 일본 규슈산업대학(九州産業大学)대학원 석사졸업 했다.
그는 줄곧 대상의 본질과 현상학적 관계성에 주목해 왔다. 이를테면 한지의 건축적 구축, 빛과 시간이 투과되는 아우라가 드러내는 기하(幾何)의 형상들이 구성하는 무한의 확장성 등이 그러하다.
송 화백은 “한지가 가진 여러 가지 특징 중에서도 중첩된 종이의 무게에서 시간의 축적과 연속성 또 그 속에 들어 있는 노동의 순수성을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다.”라고 관람의 기대를 밝혔다. [글=권동철 미술전문위원, 미술칼럼니스트]
[참고문헌]
1)~2)=한국미 한국의 마음, 최순우 지음, 출판사 오트(AUGHT).
3)=고유섭 평전, 이원규 지음, 한길사.
4)~5)=코르푸스(몸, 가장 멀리서 오는 지금 여기), 장-뤽 나시(Jean-Luc Nancy)지음, 김예령 옮김, 문학과 지성사.
[글=권동철, 6월10일 2025. 인사이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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