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윤정원‥생명과 자유 순수의 시뮬라시옹[Multi disciplinary artist Yoon Jeong won,멀티디서플러네리 아티스트 윤정원,윤정원 작가,시뮬라시옹, Simu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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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이 하나 있습니다, 151×118㎝, Acrylic on canvas 2021~2022.
“아무것도 자기가 있을 자리에 없는 곳, 이것은 무질서. 아무것도 자기가 원하는 자리에 없는 그곳, 이것은 질서: 브레히트.1)”
잊어진 향수를 부르는 애절한 트럼펫 소리가 공중을 맴돌며 공기에 섞여 막(幕)을 알린다. 오색창연 샹들리에 빛은 부드럽게 회전하며 사방을 비춘다. 곧 무너져 내릴 것 같은 그럼에도 견고하고 모호한 욕망처럼 노스텔지어스타일 뚱보여인이 빨간 수박속살에 위태롭게 앉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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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새, 162×130㎝, 2019. |
지금은 한 잎 고엽처럼 가뿐히 지워진 시간의 빛이 커튼사이 일순 펄럭였다. 그 찰나에 단조로운 로고의 네이비 모자를 눌러 쓴 펭귄들이 질서정연하게 도열해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하마터면 놓친 뻔한, 펭귄들 앞 화면엔 보이지 않지만 어떤 준칙의 해체라는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담론이 뜨거웠다.
사조(思潮)의 연대기엔 절망과 희망, 진실과 거짓, 슬픔과 기쁨이 곡예사의 외발놀이처럼 팽팽한 긴장의 페이지로 기록되고 있었다. 그 누구에게도 이 고유한 아이덴티티는 방해받지 않았다. “시뮬라시옹(Simulation)의 세계는 전위 실제적이고 무한적이다. 어떠한 실제성도 더 이상 여기에 종말을 고하러 오지 않을 것이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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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내 마음을 알 거야, 112×145.5㎝, 2023. |
◇기억과 상상 휴머니티의 시선
화면은 역동적이며 위트 넘치고 로맨틱한 분위기로 표출하여 빛낸다. 마치 보물 상자가 열리는 순간 피리소리에 안개가 걷히며 판타지를 소환하듯, 형이상학적 존재들은 관람자에게 어떤 축복의 유토피아로 비춰진다.
이러한 독자적 감각의 샘터에서 솟아나는 참신한 상상력은 마치 실재(實在)하는 것처럼 능숙하고 빠른 속도감으로 묘사된다. 이는 “…어떤 지속하는 것을, 이전에 지각하지 않았고 따라서 지금 기억하지 않으면서, 지금 지각하고 이전에 있었던 것으로 정립하고 나아가 미래에 존재할 것으로 정립하면서 직관할 때도 마찬가지이다.3)”
뿐만 아니라 “…한번 대상이 주어지면, 그것은 마음먹은 대로 자주 다시 주어질 수 있고 다시 응시될 수 있고 그 후 연쇄하는 서로 다른 작용들 속에서 동일화 될 수 있다. 회상은 단지 대상을 재 의식함이 아니다. 어떤 시간대상에 대한 지각이 자신의 시간지평을 동반하듯이, 회상은 이러한 지평에 대한 의식도 반복한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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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의 생일 파티, 258×195㎝, Acrylic on canvas, 2014~2022. |
한편 매혹의 상상나래를 펴게 했던 가슴 벅찬 날의 햇살, 물소리와 꽃향기. 그 시절 가슴 시리도록 파고들었던 운율이 지금 내 곁에 머물고 어디에 있을 것만 같은 갈피를 찾아 두리번거리게 한다. 너무나 인간적인 생명사랑의 체험 바로 윤정원 회화의 본질인 것이다.
“빛이 머문 공간에서 불현 듯 ‘참 나’와 조우한다. 사람, 새, 나비, 나무 그리고 노란수선화가 부드럽게 하늘거리며 하나의 빛이 되는 그 시간 속으로…. 괜찮아, 그때에도 여전히 당신을 담을 거니까!5)”
[참고문헌]
1)~2)시뮬라시옹(Simulacres et Simulation),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 하태환 옮김, 민음사.
3)~4)내적 시간의식의 현상학(Vorlesungen Zur Phänomenologie des inneren Zeitbewußtseins), 에드문트 후설(Edmund Husserl) 지음, 이남인·김태희 옮김, 서광사.
5)윤정원 작가(멀티디서플러네리 아티스트 윤정원-Multidisciplinary artist Yoon Jeongwon), 빛의 여정, 2025.
[글=권동철, 5월6일 2025. 인사이트코리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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