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장태묵‥찰나의 현존 생멸의 영속[장태묵 작가,부산출신화가,장태묵 미술가,Painter Jang Tae Mook,張泰黙,장태묵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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木印千天(목인천천), 259.1×162.1㎝ Mixed media, 2025. |
“물속의 달빛 짙푸르고 밤기운 맑은데 조각배에 바람 부니 달빛어린 물결 따라가네. 水月蒼蒼夜氣淸, 風吹一葉溯空明.1)”
여명(黎明)은 공기와 빛의 움직임을 더욱 뚜렷하게 드러내고 물가는 청량한 운치로 움텄다. 그때 희미한 달빛을 감싸던 물안개가 자작나무 숲 사이를 수줍게 지나갔다. 백색의 갸륵함은 다감한 위무의 바이올린, 광야의 뜨거운 호흡이 장엄하게 번지는 첼로선율에 실려 무아경이었다.
‘라흐마니노프 교향곡2번3악장 아다지오(Adagio)’가 무채색 상념의 영혼 깊숙이 파고들고 있었다. “정(靜)과 동(動), 선과 색, 추상적 질서와 유기적 생명의 교체2)”…. “그것은 영속성과 지속성에 대한 순간의 우위‥‘두 번 다시 발 디딜 수 없는’ 시간의 강물 위로 사라져가는 하나의 물결3)”처럼 흘러가는 것이 보였다.
“자연의 견지에서 그림을 읽어 낸 경험이 있는 자만이 반대로 그림의 견지에서 자연을 바라 볼 수 있는 것처럼, 나 자신은 빛의 메시지를 물감의 암호로 풀기도하고, 다시 변형시켜 투과하기도 한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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木印千天-천개의 하늘에 나무를 새기다, 100×60㎝ Mixed media, 2014. |
◇寫意의 공간 文氣의 이상향
북풍한설을 이겨낸 굴곡진 소나무 자태가 기운차다. 내재된 강인함과 생명성을 흥건하게 표출하는 백송(白松)같은, 백발의 연륜에서 신성(神性)의 아우라가 흐른다. 가지의 솔잎자리엔 실상(實像)대신, 수묵화의 농묵처럼 즉흥적 감흥자국을 미완으로 둬 어떤 움직임의 확장성을 진하게 느끼게 한다. 색감보다 형태를 중시하고 화면자체에서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필법이다.
덧칠 없이 장식성을 걸러낸 단일(單一)한 ‘장태묵 소나무’에서 조선시대 문인화의 문기(文氣)가 짙게 배어나오는 배경이 된다. 일체의 사사로움을 걸러낸, 자연의 정중동(精中動)을 드러내는 지공무사(至公無私)의 고상함이 배어나오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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木印千江-천개의 강에 나무를 새기다. 162×130㎝ Mixed media, 2014. |
장태묵 작가는 홀로 새벽에 전국을 누비며 작품대상과 만난다. “나와 자연을 동일화시키는 과정에서 그 어떤 외부적 행위보다 안으로의 관조(觀照)를 중요시 한다. 자연에서 터득한 개인적인 무의식세계에 침잠(沈潛)함으로써 작업원천을 찾아간다.5)”
그는 그곳에서 교감한 통찰을 깊은 울림의 세계로 승화시킨다. 덧붙이면, 자연의 내부로 들어가 조우한 풍격(風格)을 유유(幽幽)한 화폭으로 끌어올리는 심의(心意)가 바로 장태묵 화백 그림의 독자성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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木印千江(목인천강)-두물머리, 60×130㎝ Mixed media, 2014. |
이렇듯 이른 아침 자연과 마주한 정제엄숙(精齊嚴肅)의 상태는 그 자체가 수행여정이다. 이는 “마음을 성품(性)과 감정(情)의 통합체로 인식6)”하고 있는 조선성리학의 이기론(理氣論)과 통(通)한다.
물아일체의 고고한 이상향 바로 그 사의(寫意)의 공간을 무한으로 열어놓은 한국현대미술의 고격정신성을 목도하고 있는 것이다. 스윽 지나가다가 잔상에 이끌려 되돌아서는 그림 그 시적기운(詩的氣韻)이 장태묵 회화의 힘이다.
[참고문헌]
1), 6)퇴계 평전, 금장태 지음, 지식과 교양.
2)~3)문학과 예술의 사회사4, 아르놀트 하우저 지음, 백낙청·염무웅 옮김, 창비.
4)~5)장태묵 작가, 천개의 강에 나무를 새기다-木印千江, 2009.
[글=권동철, 12월2일 2025. 인사이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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