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금석학자·서예가 유호 박재복‥“내 마음에 드는 작품 하나 쓰는 것이 일생의 소망”[검여 유희강 劍如 柳熙綱,남전 원중식 南田 元仲植,시계연서회 柴溪硏書會,攸好 朴載福,Park Jae Bok]

 

시계연서회(柴溪硏書會)에서 서예가·금석학자 유호(攸好) 박재복(朴載福). 사진=권동철.


나는 지하에서 새롭게 출토된 문자자료(고문자학)들을 주로 공부했다. 이를테면 선진시대(先秦時代) 갑골문, 청동기명문(金文), 간백(簡帛) 등으로 중국을 주류하며 현지를 직접 발로 뛰면서 공부했다.” 

서울군자역 인근, 한국서단의 거목 검여 유희강(劍如 柳熙綱,1911~1976)과 남전 원중식(南田 元仲植,1941~2013)서법을 계승하는 시계연서회(柴溪硏書會)서실에서 금석학자이자 서예가 박재복 교수를 만났다. 

나는 자금성(紫禁城), 유리창(琉璃廠), 법원사(法源寺), 옹방강(翁方綱)의 석묵서루(石墨書樓), 완원(阮元)이 머물렀던 연성공저(衍聖公邸) 등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1786~1856)가 청나라 때 북경에 와서 다녔던 길을 따라 답사하기도 했다.”

 

자학신융구(資學神融句), 38×60한지에 먹, 2016. 자학겸장(資學兼長) 신융필창(神融筆暢)=타고난 자질이 높은데다가 학식이 깊으면 정신은 막힘이 없고 붓은 거침이 없다. 이는 중국 명대(明代) 항목(項穆)의 서법아언(書法雅言) 내용이다. 유호 박재복 쓰다. 사진제공=박재복.


유호(攸好) 박재복(Park Jae Bok,朴載福)1968년 강원도홍천과 경계에 있는 경기양평산골마을에서 태어났고 초등학교 5학년 때에 용인으로 이사 왔다. 87년 강원대학교에 입학해 서예동아리 묵경회에서 서예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92()유도회(儒道會)에서 사서삼경을 배웠고 99년 중국유학길에 올라 10년간 학업에 매진하여 북경대학 고고문박학원(考古文博學院)에서 석사(2001~2004)와 박사(2004~2009)학위를 취득했다. 2009년 귀국하여 현재 경동대학교 국제융합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경력으로 북경대학 진단고대문명중심(震旦古代文明中心)객원연구원, 성균관대 유교문화연구소선임연구원을 역임했다. 현재 ()유도회 한문연수원 주역(周易)교수, ()시계연서회·한국서예학회 부회장, ()한국전각협회 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진조판문(秦詔版文) 기원전 221, 73×139, 2025. 廿六年, 皇帝盡並兼天下, 諸侯黔首大安, 立號爲皇帝, 乃詔丞相狀綰法度量, 則不壹, 歉疑者, 皆明壹之. 유호 박재복 쓰다. 사진제공=박재복.


이와 함께 사승전(師承展)을 주제로 첫 개인전(백악미술관,2016)을 가졌고, (()문자전(경인미술관,2019), (()문자전(인사아트프라자갤러리,2025)으로 세 번의 개인전을 가졌다. 

특히 최근 진한문자전시현장에서 취재한 필자가 바라본 박재복 예술세계는 비첩은 물론 새롭게 지하에서 출토된 문자자료들을 중심으로 임모(臨摸)하고 창작한 작품을 보여주어 한국 서단(書壇)에선 보기 드문 전시였다. 이러한 학문과 예술을 겸비하려는 박재복 교수의 전시기획은 한국현대미술원류를 찾아가는 맥()이라는 관점에서 시사 하는바가 컸다. 

중국은 근·현대 이래로 고고학적 발굴을 대대적으로 진행했다. 그래서 추사 김정희 생존 때보다 훨씬 다양한 문자 자료들이 세상에 나왔다. 내가 새로 나온 출토자료들을 공부하고 작품화하는 것은 추사가 추구했던 비학(碑學)의 연장선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다만 오늘날은 인쇄기술이 발달하여 원작품수준의 서첩(書帖)과 필사본들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비학과 첩학(帖學)을 겸용해야한다는 것이다. 문자학, 금석학, 경학, 역사학을 끊임없이 탐구하면서 서예가로서 내 마음에 드는 작품 하나 쓰는 것이 일생의 바람이다.”

 

[=권동철, 1012025, 인사이트코리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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