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동철의 화가탐방]화가 이정연‥1989년 레온 골럽(Leon Golub),로버트 인디애나(Robert Indiana)와의 만남[李貞演,Rhee Jeong Yoen,Lee Jeong-yeon(artist),이정연 작가,이정연 미술가,Re-Genesis,신창세기]
(왼쪽)이정연 작가 (오른쪽)로버트 인디애나(Robert Indiana). 사진제공=이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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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렛 인스티튜트 대학원 판화조교시절
1984년 8월 2학기 때 미국 프렛 인스티튜트 대학원에 입학하게 된다. 그곳에서는 회화와 판화를 전공하면서 조교를 했고 나중에 판화강사도 경험하게 된다. 이 시기 대학원시절의 가장 큰 수확은 그림을 만들어 가는 과정의 인식이다.
미흡하게만 보이던 그곳 학생들 작품의 출발점에서 하나씩 만들어 가는 과정 중간 중간을 바라보며 발전하여 나타나는 작품의 퀄리티(quality)를 보면서 내심 놀라웠다. 그것은 곧 자신만의 고유한 작품세계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기 때문이었다.
그 다음부터 나도 영향을 받아 출발점에서 계속 발전시키면서 끈질긴 자신감과 집중을 쏟아 부을 수 있었고 나만의 작업세계를 표현해 낼 수 있었다. 당시 프렛 인스티튜트 대학원에서 나는 3~4년간 판화조교를 하였다. 다른 학생들의 작업 뒤처리, 여러 가지 부탁, 판화에서 쓰는 약품 등 열악한 환경 속에 오랫동안 갇혀 지내게 되면서 건강이 무척 안 좋은 상태였다.
◇레온 골럽과의 만남
이후 콜롬비아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하여 미술교육 박사과정(college teaching 자격)을 전공하게 된다. 1989년 나는 뉴욕 위에 있는 메인(Maine)주 바이널헤이븐(Vinalhaven)섬에 있는 판화공방에 가게 된다. 그곳에서 메트로폴리탄 미술 박물관(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및 뉴욕 현대미술관(The Museum of Modern Art)에 들어갈 판화들을 찍을 판화가와 조수들을 모집했는데 내가 선발되어 바이널헤이븐 섬에서 1개월간 머물게 된 것이다.
그때 판화를 찍어 줄 작가가 레온 골럽(Leon Golub,1922~2004)이었다. 레온 골럽 부부의 인상은 굉장히 고고하고 깨끗한 이미지였다. 그분의 작품이 판화제작과정 중에서 디테일하게 처리 할 부분이 많아 그 때 사용되어진 강한약품 때문인지 내가 피를 토하게 되었다. 그때 레온 골럽 선생이 나에게 500불을 주면서 집으로 돌아가 다시는 판화를 하지 말라는 식의 주의를 주었다. 정말 고마운 추억이고 나로 하여금 판화에서 회화로 되돌려 준 큰 계기가 된 사건이었다.
◇로버트 인디애나의 작업실 방문
한편 그 당시 바이널헤이븐 섬에는 당대 세계적으로 유명한 로버트 인디애나(Robert Indiana,1928~2018)의 작업실이 그곳에 있었다. 원형빌딩으로 건물 바깥 맨 위에는 작은 검은 천사가 매달려 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 나를 포함하여 판화가 등 3~4명이 로버트 인디애나로부터 초대를 받았다. 화실을 방문하게 되어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담소와 더불어 차도 마시고 그 분에게 자신의 작품에 대해 직접설명을 듣기도 하였다.
그렇게 약 1개월 조금 넘게 그곳 섬에서 머물렀던 기간이 이후 나의 작가로서 진로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유명작가들과의 만남이 화가로서 최정상을 향하는 꿈을 키워주는 계기가 되었다.
[이정연 작가의 말, 작업실에서, 대담=권동철, 2024.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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