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이창조‥야성의 품격 한국인의 마음[이창조 화백,이창조 작가,Lee Chang Jo,李昌朝,이창조 미술가,추사 오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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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 오마주(Chusa hommage)-천년의 은일, 130×80㎝ oil on canvas, 2011.
“공자가 말했다. ‘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비로소 소나무와 잣나무가 뒤늦게 시듦을 알 수 있다.’ 子曰 ‘歲寒然後, 知松柏之後彫也.’1)”
강을 건너 바위산을 휘돈다. 들녘을 지나며 지천인 수선화 향(香)을 품은 바람이 둥지를 찾는 해거름. 그때 절벽에 용트림하듯 뿌리박은 유구한 솔잎들이 황금빛 노을빛에 하늘거리며 부드럽게 손짓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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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 오마주-천년의 은일, 193.9×130.3㎝ oil on canvas, 2018. |
화면은 맹렬한 한파의 절대고독을 껴안은 생략과 응축의 화풍이다. “큰 소나무는 천년이 지나면 그 정기가 청우(靑牛)로 변하여 복귀(伏龜)가 된다.2)”는 그 고고한 상록의 생명성이 화의에 깃들었다.
오오 불멸의 기록을 써 내려가는가. 가파른 협곡 광막한 대지를 품은 청정한 정신의 붓 자국이 장엄한 대금산조의 애처로운 선율을 껴안아 안개 속으로 유장하게 스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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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 오마주(Chusa hommage)-천년의 은일, 130×80㎝ oil on canvas, 2011. |
◇추사 오마주 사의(寫意)의 현대미
밤하늘 성운이 수놓은 억겁세월의 무상함 아래 고송의 휘어진 그루터기가 제 그림자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창윤(蒼潤)한 송엽들이 차디찬 밤공기를 깊게 들이키며 충일한 입김을 부옇게 토해냈다. 그러자 묵수(墨水)가 뚝뚝 떨어지고 찰나에 어디선가 덧없는 회오리가 허공의 농담(濃淡)으로 후드득 형상이 되어 박혔다.
“텅 빈 캔버스를 우두커니 바라보는 길고 긴 팽팽한 교감의 시간과 교우한다. 그리고 마침내 막걸리 한 잔을 벌컥벌컥 들이키곤 치마폭에 쓱쓱 일필휘지로 그려낸 듯한,3)”그런 그림이 드러난다. 비스듬한 등걸, 칼바람 지나가는 바탕화면의 골기(骨氣)는 필획의 속도감을 가늠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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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 오마주-천년의 은일, 145.5×112.1㎝ oil on canvas, 2013.
“묽은 유화물감을 붓의 장력(張力)으로 단박에 지나가는 기법이다. 밑그림을 그려놓고 작업하는 것이 아니다. 문인화처럼 마음을 내려놓은 몰입의 수행에서 구현되는 것이다.4)” 바로 무욕의 초연한 필묵획법에서 배어나오는 문자향서권기(文字香書卷氣)의 사의적(寫意的) 미학공간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추사 김정희(1786~1856)예술의 ‘추사 오마주’ 화제(畵題)는 군더더기 없는 강인한 단색 야성(野性)의 격조미로 승화된다. 이것은 독창적 현대미에 내재 된 한국인의 마음을 펼쳐놓은 이창조 화백 화경(畵境)의 일품진면목 회소(繪素)와 다름이 없다.
[참고문헌]
1)논어-자한(子罕)편, 공자 지음, 소준섭 옮김, 현대지성.
2)양화소록(養花小錄), 강희안 지음, 서윤희·이경록 옮김, 눌와. 이 책에는 송나라 사유신(謝維新)이 편찬한 ‘고금합벽사류비요(古今合璧事類備要)’의 격물론(格物論)을 싣고 있다.
3)~4)이창조 작가, 나의 ‘소나무’ 작업, 2025.
[글=권동철, 11월4일 2025. 인사이트코리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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