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IN]Seoul Artist Festival 2025-현대미술가 50인,롯데 엠아트센터[갤러리 비선재,BISUNJAE Gallery,이진명 미술비평,최명영,신기옥,이태현,박석원,장태묵,제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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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전경. 사진=권동철.
갤러리 비선재(BISUNJAE Gallery)기획, ‘Seoul Artist Festival 2025-현대미술가 50인(50 Contemporary Artists)’전시가 11월3일 오픈, 30일까지 성황리 전시 중이다.
서울 3호선과 8호선 가락시장역 인근, ‘롯데(LOTTE) 엠아트센터(m·ART center)’ 2층 메머드급 전시장엔 100~200호 대작들이 즐비하여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현대미술의 기라성 같은 원로거장작품부터 신진작가에 이르기까지 세대를 뛰어넘는 50인의 작품에 관람인파가 계속 이어져 높은 관심도를 드러내고 있다.
출품참여 작가50인은 다음과 같다. 강민수, 권두현, 김가범, 김강용, 김민정, 김성룡, 김영헌, 김찬일, 김춘수,김현식, 노이서, 문지혜, 미미(MeME), 박상삼, 박석원, 박인성, 박훈성, 배우미, 손진아, 신기옥, 신수혁, 안미자, 유가연, 유건모, 유근영, 윤상렬, 이교준, 이기성, 이다래, 이세현, 이안리, 이여운, 이영은, 이태현, 장승택, 장재록, 장태묵, 전광영, 전지연, 정영희, 제이영(J YOUNG), 최두남, 최명영, 최영욱, 황호석, Burumori, Kaoru Sibuta, Maryanne Wick, UgoLi, WangLi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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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색화가 최명영(崔明永,Choi Myoung Young,1941~)=한국현대미술을 이끌어 온 중요 인물이다. 일생 ‘평면조건(Conditional Planes)’연작을 통한 철학적 탐구와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회화의 본질과 시간성에 대한 심도 깊은 사유를 지속해오고 있다.<SAF 도록 中>” 사진=권동철.
서울 동시대의 미술 지형도를 위하여
‘Seoul Artist Festival 2025’에 대한 비평적 서문
△글=이진명 미술비평가
서울은 지금, 미술의 현재진행형의 창조성이 세대를 통해서 수직으로 교차(交叉)하기도 하며 사상의 다성적(多聲的) 면모가 수평으로 착종(錯綜)하기도 하는 도시이다. 이곳에는 회화와 설치, 조각과 영상, 전통과 디지털이 하나의 장(場) 위에서 서로를 비추며,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끊임없이 갱신하고 있다.
이번 <Seoul Artist Festival)>(이하 SAF)은 그러한 동시대의 의미를 포착하고, 그 복합적 층위를 시각적·사유적 지형도로 펼쳐 보이는 자리(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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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태묵(張泰黙,Jang Tae Mook,1967~)작가=“시각적 자료에서 오는 어떤 통찰력과 창조력 충돌의 존재로써 자연의 영감을 받는다.<‘천개의 빛을 새기다’연작 작가노트. SAF 도록 中>” ▲(아래)제이영(J Young,1965~)작가=유년의 시대, 가장 한국적인 놀이이던 자치기, 팽이치기, 구슬놀이, 사방치기 등 무의식에 내재된 모호하고도 아름다운 기억의 영상을 ‘Like-150mm’연작을 통해 표출한다.<SAF 도록 中>” 사진=권동철.
전시 제목에서 보이는 ‘페스티벌(Festival)’이라는 단어는 단순히 축제라는 의미를 초과한다. 그것은 서로 다른 시간과 미감, 언어와 문법이 한 도시 안에서 공명하는 다성적(多聲的) 실현의 장을 암시한다.
지정학이나 정치학에서 지금 세계를 궐위(闕位)의 시대라고 부른다. 라틴어로는 인터레그넘(interregnum)이며 권력의 부재를 뜻한다. 미국의 일극 체제(unipolar system)가 빠르게 붕괴하고 있다. 이와 상반되게 다극 체제(Multipolar System)라는 말이 떠오른다. 글로벌 사우스, 브릭스 등이 서구와 팽팽히 힘을 겨루고 있다. 그러나 다극이라는 말보다 다성적 담론(Multivocal Political Discourse)이라는 개념이 현재를 묘사하는 더 현실적인 모습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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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색화가 신기옥(申基玉,Shin Ki Ock,1941~)=“선율(Line Rhythm)연작은 수직과 수평의 필선이 반복적으로 중첩된 격자구조로 구성된다. 구성은 세계의 구조를 상징한다.<SAF 도록 中>” 사진제공=갤러리 비선재.
현대미술 역시 권위의 시대이다. 뉴욕과 런던, 파리, 베를린이 주도했던 주도적 권위가 흔들리고 있으며, 동아시아·중동·아프리카의 현대미술담론도 서서히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우리 동아시아에서 현대미술 허브로 작용했던 홍콩·싱가포르·상하이의 토대는 두터워지고 있으며, 서울도 최근 10년간 현대미술의 교류와 저변 확산에서 눈부신 발전을 보였다. 특히, 독자적 스타일 완성과 현대미술의 재해석 능력으로 서울의 예술가는 세계적 수준에 도달한 지 이미 오래다.
서울에 거주하는 예술가들의 정신세계는 늘 경계 위에서 형성되어 왔다. 산업화 이후 근대성과 글로벌 네트워크 시대의 탈국가적 감각이 뒤섞이면서, 한국현대미술의 중심은 전통과 매체, 동아시아성과 서구미의식의 문법 사이의 긴장 속에서 독특한 정체성을 만들어왔다.
<SAF>에 참여한 50인의 작가들은 바로 그 교차점에 서 있다. 그들은 캔버스의 표면에서 물성(物性)과 감각의 층위를 해체한 연후에 재구축해서 새로운 창신(創新)의 의미를 얻었으며, 영상과 설치, 오브제와 사운드아트를 통해 독자적 감응의 언어를 구축하기도 했다.
이 전시를 세대로 개괄하면서 제1세대 단색화의 대표적 작가부터 1980년대 이후 태어난 젊은 작가들과 1990년대부터 한국미술을 이끌어온 중진 작가들이 함께 참여한다. 다시 말하면 서울 동시대 미술의 다층적 스펙트럼을 하나의 망(網)으로 직조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 전시를 단일한 경향이나 스타일의 제시라기보다, 다양성 그 자체를 하나의 미학적 장으로 통섭하여 제시하려는 시도로 읽어야 한다.
오늘날 미술 언어는 더 이상 특정 매체, 가령 회화·조각·설치·영상과 같은 매체나 추상화·구상화 등 양식을 중심으로 통합되지 않는다. 디지털 테크놀로지와 인공지능, 데이터베이스 이미지(Data-based image)와 물질의 재귀(再歸)는 서로서로 간섭하며, 예술은 다시 물성과 감정, 정신과 데이터, 이전 세대와 이후 세대의 경계를 묻는 사유적 실험이 되었다.
서울에 거주하는 작가들은 이러한 전 지구적 흐름 속에서도 한국적(동아시아적) 정서와 감응의 미학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감응의 미적 태도란 캔버스나 매체를 대상으로 바라보는 식민주의적 재현주의(colonial representationalism)에서 벗어나, 예술가가 대상(자연, 내면)을 주체인 자기와 동등한 가치로 바라보는 태도를 뜻한다.
그것은 존재와 공백, 관계와 시간에 대한 사유로서 단순히 아름다운 형식뿐만 아니라, 예술가와 예술의 존재 의미를 드러내려는 총체적 질문(Holistic question)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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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가 박석원(朴石元, Park Suk Won, 1942~)=“있는 그대로의 물성을 변질시키지 않고 잠재의식 깊은 곳에서 물질을 고찰하여 흡수한다. 사물이 머금은 박자, 선율의 함축으로 감각을 낯설게 하고 그 원초성을 드러내어 관념적 지식을 벗어나 자유로워진다.<SAF 도록 中>” 사진=권동철. |
이 전시에 참여한 예술가들은 캔버스 위의 흔적, 빛과 그림자의 진동, 오브제의 물질적 내력 속에 서울이라는 도시의 감각적 지능을 새겨 넣는다. 그들의 작업은 개인의 서사이면서 동시에 공동체의 무의식이며, 사적인 기억이자 공동체적 감수성이기도 하다. ‘50 Contemporary Artists’부제가 뜻하는 바는 곧 서울이라는 도시의 현재를 이루는 50개의 지점(로커스)과 50개의 감각적 사유의 좌표를 의미한다.
이들은 각각 고유한 언어를 갖고 있지만, 전시의 전체구조 속에서 서로의 목소리를 메아리치게 하여 하나의 시각적 율려(律呂)의 공간을 구성한다. 그 율려(리듬)는 분절되어 있으면서도 전체적으로 조율된 활발발(活發發)한 생기(生氣)의 공명(共鳴)이며, 어떠한 사태의 연기(Arising, 緣起)이다. 따라서 끊임없이 생성하고, 사라지고, 재생(再生)하는 생동의 미학, 주역(周易-「繫辭」上 第5章)의 생생지위역(生生之謂易)의 원리를 담고 있다.
그러나 이 지형도는 완결된 지도가 아니다. 오히려 지금도 그려지고 있으며, 영원히 개선되어야 할 미완의 지도이다. 다시 말해 동시대 예술의 살아있는 지형으로서 서울에서 일어나며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창조적 정신을 가리킨다.
결국 이 전시는 “지금, 예술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되돌아간다. 작가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현재를 증언하며, 관람자는 그들의 작품을 통해 자기 시대의 감각적 공명을 느낀다. 따라서 필자는 <SAF>는 단순한 전시가 아니라, 우리가 사는 시대를 사유하게 하는 일종의 사유적 실험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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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현 미술가(李泰鉉, Lee Tae Hyun, 1940~)=“동양철학사상 주역(周易)이 품은 통섭의 우주관이 작품의 근원이다. 괘(卦)를 통한 독자적 회화론으로 한국적인 정신성의 미감으로 승화시키고 있다.<SAF 도록 中>” 사진=권동철. |
오늘날의 예술은 경계 없는 좌표에서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 그것은 어떤 정답이나 스타일이 아니라, 지속적인 생성과 관계의 운동 자체에서 의미가 생성된다. 장낙순 비선재 회장은 이번 전시를 위해서 전시 제목의 명명은 물론 개념의 초안을 세웠으며, 거의 모든 작가를 직접 만나서 상의했고 보시다시피 그 결과를 얻었다.
이번전시가 그 개념의 실천적 움직임을 시각적·정신적 공명으로 드러내는 자리라면, 우리는 이 축제의 공간 안에서 동시대 미술의 헌재를 즐기는 한편 그 다음에 도래할 새로운 예술의 양상까지 함께 예견하게 될 것이다.
[출처]
이진명 미술비평가, ‘서울 동시대의 미술 지형도를 위하여-Seoul Artist Festival 2025’에 대한 비평적 서문, 2025./SAF 도록 2025.
[정리=권동철, 11월18일 2025. 인사이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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