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인터뷰]사진작가 이현권 개인전‥나와 한강의 경계가 사라지는 순간이 나의작품[갤러리 그림손, 10월22~11월3일,이현권 작가,photographer Lee Hyun Kwon,GALLERY GRIMSON]

 

이현권 작가(photographer Lee Hyun Kwon). <사진제공=이현권>


오는 1022일부터 113일까지 서울인사동 갤러리 그림손(GALLERY GRIMSON)’에서 서울, 한강을 걷다_2021-2025’개인전을 앞두고 있는 이현권 사진작가·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를 서울명동에서 만났다. 15년째 한강작업에 천착해 오고 있다. 

-더위 때문에 이번 개인전을 위한 여름작업이 힘들지 않으셨나요.

한강에 서면 더위가 온몸을 덮치고 정신이 혼미해 질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강 주변의 독특한 열돔(heat dome)에도 불구하고 걷는 이들, 뛰는 이들, 강을 바라보고 있는 이들, 그들은 모두 한강을 곁에 두고 느끼고 있습니다. 나는 카메라를 메고 이동하며 작업하다보니 온 몸이 땀에 젖는데 나름 신선한 쾌감도 있습니다.

 

서울, 한강을 걷다_2022.


-한강에 대한 소회(所懷)라고 할까요.

조금만 더 강()의 속살을 들여다보면 새소리, 전철과 자동차가 지나가며 남긴 소리의 흔적, 사람들의 재잘거리는 여운이 마치 강물에 유영(游泳)하는 듯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그들이 사라진 어둠내린 한강에도 유령처럼 생명의 숨결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강물이 품은 자장(磁場)에너지의 온기가 전해 오지요. 나는 가능한 공감각(synesthesia)위해 오감을 열어놓고 그 공간의 경계를 천천히 서성이기도 하고 걷기도 합니다. 물론 시선을 한강에서 거두지 않은 채 말입니다. 

- 2010년부터 한강작업을 시작하셨는데 이현권 한강미학론을 말씀 주신다면?

한강은 내 마음에 존재하는 여러 감정의 덩어리와 결합하고 나의 내면으로 스며듭니다. 나와 한강의 경계가 사라지는 순간입니다. 그때 비로써 나의 사진은 그 찰나의 면()을 시각화하고 탈공간화된 한강으로 탄생됩니다. 한강의 풍경은 배경과 오브제, 선과 면, 다채로운 색의 조합으로 분리되고 새롭게 재배열되는 것이지요. 

필름은 그 압축된 시간을 부여잡고 나의 이미지로 착색됩니다. 그러한 경험은 사실 강렬하고 짜릿한 매혹의 감흥을 선사합니다. 하지만 그 순간은 말 그대로 기억으로부터 옅어져 갑니다. 내 앞에 있는 또 다른 한강과 마주하며, 거역할 수 없는 시간의 흐름 속에 희미해져 가는 것이죠. 그런 때 압축된 감정의 덩어리를 품은 필름에 의지하며 좀 얼빠진 모습으로 다시 걷곤 합니다. 그날 나의 에너지가 다할 때까지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며 한강을 걸어갑니다.

 

서울, 한강을 걷다_2021.


-흐르는 강물과 시간에 대한 이현권 작가 시선을 듣고 싶습니다.

궁극으로 사진은 나의 시간을 애도(哀悼)한다고 여깁니다. 감정과 서사가 붙은 기억이 한강을 통해 재배열되고 물질로 남습니다. 완전한 과거의 부정 또 압도하는 과거 그 사이에 애도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하여 애도는 과거를 살리고 새로운 현실의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시간의 강물에서 삶과 죽음은 동시에 흐릅니다. 새로운 시간과 생성의 의지는 애도를 통해 가능합니다. 내가 카메라와 장비를 메고 한강을 걷는 이유입니다. 

[권동철 미술전문기자·전문위원, 1032025. 인사이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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