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기하학적추상미술가 김재관‥마음의 원형 시공의 현상학[Korean geometric abstract artist Kim Jai Kwan,추사 김정희,우암 송시열, 황창배 화백,김재관 작가,화가 김재관, 김재관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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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tiny(운명), 150×250㎝, Acrylic color on Canvas, 2023~2001.
“서리는 맑고 하늘은 높으며, 강은 공허하고 나뭇잎은 떨어지니, 천시(天時)는 또 이렇게 한번 변하였는데…변(變)과 불변(不變)의 사이에 있어 대강 어림잡아 보아 넘어가기는 쉽고 정밀하게 집어내서 이해하기는 어려움이 과연 이와 같단 말입니까?1)”
햇살이 드리우자 문창호지 사이 꽃잎이 오묘한 빛깔의 향연으로 아렴풋 피어났다. 테너 페터 슈라이어(Peter Schreier)의 맑고 중후한 목소리에 실린 ‘바흐 칸타타 BWV 140’이 ‘눈을 뜨라 부르는’ 울림으로 번져간다. 세월의 심연으로부터 깨어나는 ‘운명’이라는 이름의 책갈피‥.
“그렇지만 왜 차라투스트라는 아직 아무 말도하지 않는 것인가?‥영원회귀를 선별적 사유로 생각하고 영원회귀 안의 반복을 선별적 존재로 생각한다는 것은 지고한 시험이다. 이제 생각하고 살아내야 하는 것은 빗장이 풀린 시간, 직선 위에 놓인 시간이2)”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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律과 色, 86.5×64㎝, 2025.
◇평면의 증명 회화공간으로 귀착
화면엔 붓질을 반복하여 펴 놓은 어두운 그리드(Grid)를 관통하고 지나가는 빛과 선 같은 중첩이, 이중노출(二重露出)로 우러난다.
“인간의 표상작용이 언제 어디에서나 어떤 방식으로든 근거를 탐구하고, 근거를 정립하고 있다는 사실을 숙고하는 한‥근거율(Satz Vom Grund)은 모든 근거명제들 중의 근거명제3)”이듯, 김재관 화백의 그리드는 평면자체를 증명하고 동시에 회화공간으로 귀착시킨다.
김재관 화백의 “실재의 차원을 벗어나 픽션(Fiction)으로서의 공간실현과 삼차원 입방체(Cube)의 독특한 비의성(Secretness) 그리고 자연에 대한 기하학적 해석에 접근하는4)”것은 순수흔적을 남기고 싶은 심상의 표출과 다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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律과 色(율과 색), 91×116.7㎝, Acrylic on canvas, 2025. |
◇간결한 운치의 사의(寫意)적 해석
조선후기 ‘우리 것의 독자적 문화’기반을 심은 17세기 성리학의 거인 우암(尤庵) 송시열(宋時烈,1607~1689). “환히 밝아 혼란스럽지 않은 마음상태로서 미발의 고요함, 즉 진정한 고요함(眞靜)5)”을 일생의 사상적 토대로 견지했던 선생은 만년에 충북괴산군화양동에 들어가 은거했다.
우암 선생이 가장 한국적 혼(魂)의 정수로 탐구했던 심학(心學)이 시대를 뛰어넘어 ‘화가 김재관 기하학적추상회화(Korean geometric abstract artist Kim Jai Kwan)’에서 간결한 운치의 사의(寫意)와 만나는 지점은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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律과 色, 64.5×86.5㎝, 2025. |
또한 그곳 화양서원(華陽書院)을 답사하고 돌아오는 인근, 김재관 화백 화우(畵友)인 옛 친구 고(故) 황창배(黃昌培,1947~2001)화백의 옛 화실을 지나면서 친구와의 엣 흔적에 잠시 감회에 젖어들었다.
아!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 했던가. 송시열 선생이 자신의 명호(名號)에 허물을 뜻하는 ‘우(尤)’자를 넣은 겸허 그렇게 파란만장한 시대를 관통한 노(老)학자가 화양 제9곡 ‘파곶(巴串)’이 언급되는 체첩(體帖) 시(詩)에 흙으로 돌아가는 생의 비애와 필연을 남긴 것이다.
“푸른 이끼 닦아 내니 옛 이름 흐릿한데 이유라는 이름 생각하니 덕의가 높도다. 요사이 인간 세상 야박한 풍속 많으니 죽은 이 살릴 수 없어 더욱 마음 아프네.6)”
[글=권동철, 7월14일 2025. 인사이트코리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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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괴산 화양구곡(華陽九曲) 초입에 자리한, 조선후기 노론사림(老論士林)의 본거지였던 화양서원(華陽書院) 내 풍천재(風泉齋). 때마침 잔바람이 일어 화백의 옷자락을 살짝 열었다. 김재관 화백은 “이 지역은 가끔 찾아오는 곳으로 역사성이 깊고 풍광이 빼어나 내 작업에서 많은 영감을 얻는다.”라고 말했다. 사진=권동철.
[참고문헌]
1)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 완당전집 제3권 서독(書牘), 한국고전번역원, 임정기 譯, 1995.
2)차이와 반복(Différence et Répétition), 질 들뢰즈(Gilles Deleuze), 김성환 옮김, 민음사.
3)근거율,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지음, 김재철 옮김, 파라아카데미.
4)김재관 작가, 나의 그리드와 입체(Cube)의 시각적 사고(Visual thinking), 2003.
5)17세기 조선 마음의 철학, 이선열 지음, 글항아리.
6)우암 송시열-尤齋簡軸(우재간축), 김운기 역주, 도서출판 다운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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